눈 끝에서 손 끝까지

발달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시각언어 프로그램 개발연구

발달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시각언어 프로그램 개발연구
눈 끝에서, 손 끝까지, 2022


책임연구원: 김인규 시각예술가, 서천 발달장애인예술창작그룹 보물섬 대표
공동연구원: 구은정 시각예술가
협력기관: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서천여자중학교, 장항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정·교열: 김은기
디자인: 즈즈스 스튜디오
주최, 주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천 발달장애인 예술창작 그룹 보물섬 대표이자 시각예술작가인 김인규 작가와 발달장애인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시각언어 프로그램 개발연구에 참여했다. 짜여진 프로그램이 우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시각언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손 쉽게 다룰 수 있고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입체, 촉각 재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을 더 눈 여겨 관찰하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행동을 할 수 있냐 없냐 보다는, 재료를 다룰 때의 심리상태, 오늘의 컨디션 등등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기도 했다. 특히 서천 여중에서 여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재료와 미션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등등이 다음 과제 선택의 주요한 단서가 되었다.

오늘 무엇을 만들어 볼지, 무엇을 그려볼 지는 중요치 않다. 여러 요인으로 인해 과제를 할 마음이 안 들수도 있고, 정말 물리적으로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수업을 인도하는 자도 마음을 바꿔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그게 참 힘들었다. 내가 받아 온 교육도, 내가 기존에 했던 교육도 항상 가야할 지점이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과연 맞는 걸까? 나는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해봤던가. 어떤 경우는 결과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발달 장애인을 만나는 수업에서는 뭐가 중요할까? 그렇다면 이들에게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두려움, 성취감, 희열. 이 아득히 넓은 세상에 한 발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는 것. 내가 해 보고 싶은 대로 해 보는 것. 그 부분에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은 인위적으로 계획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옆에서 바라보았고 제안하였고 기다렸다. 그렇게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뭘지 생각하고 조금씩 행동했다.

'눈 끝에서 손 끝까지'에서 했던 수업은 마음을 내려 놓고 흐르는 대로 가 보는 것이었다.

재료를 놓고 그냥 무엇이든 해본다. 꼭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오늘은 그냥 촉감만 느껴봐도 된다. 학생이 두려워 하면 옆에서 그냥 괜히 재료를 만져보고 부수기도 해보고 붙여보기도 한다. 그래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오늘은 다른 학생들이 재료를 가지고 노는 것을 구경하는 시간인 것이다.

물에 띄운 돛 단 배가 바람에 따라 키를 조정하듯 그렇게 수업을 흘러갔다.